시월 이십육일-
말로만 들어보던 보성 녹차밭... 언젠가는 가고야 말겠다던 그 곳.
드디어 발도장을 찍고 왔다.
처음 들어가는 입구-
쭉쭉 뻗은 삼나무.
그 향은 너무 맑지도 흐릿하지도 않은 날씨에 차분하게 만드는 기운을 가진 듯 했다.
심호읍을 하는데 기도가 시원해지는 느낌. 역시 도시랑은 달랐어.
계단을 오르고 한 눈에 쭉~ 펼쳐진 광경이 펼쳐지는데 초록 융단이라는 표현이 모자르지 않을 정도였다.
사진에서만 보던 계단식 녹차밭. 산 하나를 뒤덮고 있는 모습을 잊고 싶지 않아 사진으로 열심히 찍었다.
사진 속 배경이 내 눈으로 직접 보는 이 모습에 따라오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우리 즈질 두 커플은 열심히 찍었다는... ^^
가이드 유정씨한테 부끄러울 정도로 온갖 설정으로.. 헤헤
내려오는 길에 유정씨가 추천해준 녹차 아이스크림을 찾았다.
아이스크림가게에서 맛보던 것과는 다른 맛-
음식으로 말하면 조미료가 안 들어간 깔끔함이라고 해야하나?
그 맛이 또 생각나는군.
이렇게 첫 도착지를 만끽하다가 3분 지각!! 후다다닥~~~ 뛰어서 버스에 탑승 ^^;;
남안읍성으로 이동~~~~~
우리 즈질 커플들은 이동하면서도 계속 수다를 떨었다.
사실 두 커플 다 처음하는 여행이라 좀 더 들뜬 마음으로 다녔던 것 같기도 하다.
성곽으로 들어가자 마자 어딜 들어가야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둘러보았다.
그곳의 대세는 비빔밥과 파전이었는것 같았다.
여행을 갔으면 거기서 잘 나가는 음식을 먹어줘야 예의가 아닐까하는 생각-
비빔밥, 순대국밥, 파전에 동동주~
부모님도 몰라본다던 낮 술~~~ 얼마나 맛이 좋던지 꼴깍꼴깍 마셔버렸다.
남친들이 차를 안 가져와서 정말 좋았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성곽 안은 유정씨말대로 평지로 이뤄져있었다.
세월을 알려주는 큰 나무, 돌담, 장독대...
우리한테는 의자가 되어버렸지만 기능을 알 수 없는 여러개의 나무 토막.
그네, 널뛰기, 터마다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는 사람 모형들.
관광객 누구에게나 사진의 좋은 배경을 만들어주느라 바쁜 모습들이었다.
드디어 유정씨가 최고로 꼽은 갈대밭으로 이동!
난 TV에서만 봤었던 갈대밭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스산한 바람이 불고 물결치는 갈대밭 사이에서 한번쯤은 누군가와 같이, 아님 혼자라도
그 여운을 즐기고 싶다고 해야 하나? 내가 써놓고도 느끼하네. ^^;
아무튼!! 실망시키지 않은 갈대밭이었다.
갈대가 습지에서 자란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키가 큰지도...
사람이 조금만 적게 있고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인지
다음에 여유있게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유정씨가 부르던 하얀 옷 입은 오빠야 기억해요? 그분 화장실 급해서 그 좋은 구경도 못하고 사라졌잖아요. 제가 아침에 사온 매운 김밥 양껏 드시고 탈 났거든요.^^;)
울 남자친구께서 갈대 하나 꺾어줘서 들고 돌아다녔는데 그거 꺾으면 안 되는데 아차 싶었다. 아저씨께 꾸중을... 들을 만하지 ^^;
어찌나 죄송하던지-
(주의 하겠습니다!! ^0^;)
드라마 셋트장으로 궈궈~~~
음.. 분위기 있던 곳이었다. 목적지 중에 제일 기대 안했던 곳이었는데 60년대 분위기가 묻어져 나오는 골목길, 집, 간판, 다리... 웬걸~~~ 우리 눈을 사로 잡는 장소들이 많았다.
또 사진 찍느라 바빴다. 이미 그때는 메모리 용량이 다 차 있던 상태라 필카로 찰칵찰칵~~
특히 그 주인집... 하얀 옷 오빠야 색안경 잃어버렸던 장소.
거기서 아끼던 색안경 곧 잃어버릴 것도 모른 채 혼자 웃기는 포즈로 여러 컷 찍었었는데 그 사진 속에 색안경이 보일 때 마다 우리는 웃느라 배꼽 잡았다는...
아깝긴 하지만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대구로 오는 길-
버스 안에서 자느라 정신이 없었다. ^^
대구로 돌아와서 우리 일행은 레몬 맥주 한잔으로 여운을 풀었다.
처음엔 자차 끌고 놀러갈까 생각 했었지만 우리 남정네들 피곤하고 운전하느라 즐기지 못할것 같아서 여행사 통해 가자고 했던건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더 많은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눈이 너무 즐거웠다.
기사님!!
몸 괜찮으세요? 그날 죽밖에 못 드시고 하루 종일 운전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그런지도 모르고 시원한 커피를 드렸네요. 알았더라면 따뜻한 꿀물 드렸을 텐데...
건강하십시요 ^^
우리 가이드 유정씨!!
그 많은 사람들 이끄느라 피곤 했을 텐데 덕분에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곳곳마다의 의미도 알 수 있었고
한 발 나서서 멋진 배경을 뒤로 하고 사진도 이쁘게 찍어주셔서 정이 가득한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에 하얀 옷 입은 오빠야 색안경 찾아주려고 애써준 마음에 더 고마웠어요.
사진첩에 기념으로 유정씨 사진 올려요~
남자친구 말로는 사진발이 200%라고 했다면서요? ^^
항상 그 모습 간직하시고 유정씨 고운 마음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