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클럽과 인연을 맺은 것이 지난해 3월이니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외도, 대관령 양떼목장, 눈꽃열차(영월, 정선), 고창 청보리밭 등을 다녀왔었고 한 달 전 쯤엔 남이섬을 신청했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취소를 했다가 어저께 보성차밭을 경유한 순천만을 다녀왔다.
남도의 가을은 아름다웠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황금물결, 물결들
절기상 워낙 빠른 탓인지 추석이 지난지 벌써 열흘이 지났건만 아직 추수를 하지 않은 남도의 벌판은 마치 고흐의 화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강렬하면서도 다정다감하게 마음속으로 다가왔다.
오늘 여행의 제일 첫 번째 코스
사진으로 또는 화면으로만 보아왔던 보성 녹차밭
삼나무 숲길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니 시선이 닿는 모든 곳들이 차밭으로 가꾼 초록의 천지였다.
보성에서 나는 차는 대량생산을 위해 증기로 쪄서 만든다는데 차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는 그저 녹차 아이스크림만 마누라와 함께 축내었을 뿐
두 번째로 도착한 곳은 낙안읍성 민속마을
새로이 단장한 노릇한 초가 지붕위로 가을 햇살이 무척이나 따갑게 비추고 있었다.
돌아보던 어느 여염집의 손바닥만한 마당에는 늘어놓은 새빨간 고추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몸단장을 하는 광경을 보며, 아하 이곳은 마을사람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실제 마을이라는 가이드 윤선씨의 설명이 확연하게 다가왔다.
마을 내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며 셔트를 누르던 중 마침 배가 출출해져 내심 맛있는 전라도 음식을 기대하며 음식점을 찾던 중 반갑게도 윤선씨와 기사 아저씨가 식사를 하고 있는 청사초롱이란 음식점을 발견했다.
옳거니 하며 비빔밥을 주문했건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 그날따라 준비도 잘 되어있지 않고, 서비스도 불만.....
하긴 관광지 음식점이 다 그렇지 하면서도 뻔뻔한 주인 아줌씨의 태도에 불쾌한 마음 가눌 길 없다.
이어서 들른 곳이 세계 5대 연안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
개인적으로 이번 코스를 선택한 가장 큰 목적이 순천만 갈대밭 여행이었는데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날씨가 조금만 더 선선했더라도 대여 자전거를 이용해 볼 깜냥이었지만 동승한 분들께 땀에 절은 고린내를 선사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차원에서 그냥 도보로 둘러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
그 갈대밭을 점점이 수놓은 수많은 인파
그리고 갈대밭 사이사이로 갯벌을 박차고 나온 짱뚱어, 농게 등 수많은 생명들
연안습지로는 최초로 람사협약에 등록되어 세계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인정된 곳, 길이 후손에 물려 줄 자연의 보고이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사랑과 야망의 주 세트지이며 에덴의 동쪽 촬영지
60~70년대 달동네를 완벽히 재현해 놓은 그 곳은 마치 낡은 앨범을 뒤적이다 발견한 희미한 옛 추억의 그림자를 되살려 주는데
이 때 어이 한잔 술이 있을 수 없으랴
파전에 동동주 한 잔으로 시장기도 감추고 옛 추억도 떠올리고......
세트장 안에는 실제 어묵, 파전, 동동주 등을 파는 선술집이 딱 한 곳 있다는 유용한 정보 하나.(식당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지난 4월 고창에서 보리의 초록 바다를 보고 왔다면 이번 보성, 순천에서는 차나무의 초록 물결과 갈대들의 갈색 향연을 보고 왔다.
가며, 오며 차창 밖으로 지나치던 그림 같은 남도의 풍경들
세월의 무게가 버거워 지고 일상이 심드렁해질 때, 한 잔의 술, 한 마당 노래로 피로의 찌꺼기를 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용필이 형이 외치듯 이렇게 외치고 싶다.
‘황금빛 태양 축제를 여는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요’
사족: 사장님 보다는 윤선씨 가이드가 더욱 기억에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