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전에 친구분들과 ‘내장산 단풍놀이’를 가셨더랬는데, 버스진입이 안 되어 먼 발치에서 돌아서야만 하셨다는 엄마의 말씀을 듣고 갑자기 결정된 내장산 여행이었습니다.
한 10여년 전에 오지 않는 버스를 길거리에서 4시간 정도 기다렸지만 그 불편함 보다는, 불타는 듯한 내장산 단풍의 기억만 선명히 남아 있는지라, 엄마께 꼭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영리하게 여행을 기획하는 ‘여행자클럽’이라면 우리의 계획이 무산되어 여행지를 못 가보는 경우는 절대 없을테니까요.^^
-내장사-
가는 길엔 안개가 자욱하여 도로변 경치를 볼 수가 없었지만 나름 운치가 있었습니다.
푸근한 웃음이 인상깊은 박은화가이드님이 ‘며칠 전 비가 왔어도 단풍잎들에게 잘 매달려 있으라’고 특별 부탁을 하셨다던데^^...군데군데 연약한 이파리들은 땅을 카페트처럼 덮고는 있었지만, 내장산 특유의 고혹적인 빨간 자태를 품고 애기단풍들이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엄마와 같이 셔틀버스를 타고 매표소에서 내장사 초입까지 가는 길도 정말 예뻤답니다. ‘우화정’ 정자가 있는 호수의 수면에 비친 단풍나무의 그림자는 또 얼마나 아름다웠게요? 돌 다리를 통통 건너 정자까지 가는 길도 재미있었습니다.
케이블카를 타려고 1시간 이상을 기다렸지만, 눈 앞에 보이는 가을풍경이 지루한 시간을 잊게 해주었답니다. 정상에 내려 전망대에서 보이는 자연이 그려놓은 ‘가을풍경화’와 스쳐 지나가는 바람! ‘아,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물씬 들게 했습니다.
케이블카를 내려와 내장사 일주문까지 걷는 길은 단풍나무가 터널을 이루어 더 황홀했습니다. 저 멀리 서래봉이 보이는 내장사 경내를 돌아보는데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이 바람에 몸을 맡겨 내는 댕그렁댕그렁 소리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나오는 길에 벤치에 앉아 싸 온 김밥을 점심으로 먹는데 단풍잎이 포르르 날아와 앉기도 했습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가는 길엔, 더욱 더 불타는 듯 빨간 단풍잎들이 두 눈에 담겼습니다. 나중에 다시 와 저 길을 반드시 걸어서 한번 가보리라 마음먹게 했답니다.
-죽녹원-
버스를 타고 50여분 간 달려 죽녹원에 도착했습니다.
음이온 방출이 어마어마하다는, 생명력이 그렇게 강하다는 대나무가 모여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맑은 공기가 절로 기분을 상쾌하게 하였습니다.
잠시 쉬어간, 죽녹원을 테마로 한 디지털영상센터인 ‘이이남아트센터’에서 영상도 보고, 대나무에 관한 전시관도 둘러본 뒤, 댓잎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우와,아이스크림이 이렇게 고소하면서 맛있을 수가..!! 댓잎으로 만든 차도 은근한 맛으로 마음을 끄는데...
신선한 공기를 비롯, 먹을거리까지 대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이 이렇듯 많았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 때문에 늦어지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시는 엄마와 함께 서둘러서둘러 다녔어도 죽녹원 8길 중 운수대통길,사랑이 변치않는길,죽마고우길 밖엔 가지 못했지만 충분히 죽림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1박2일 촬영지의 ‘승기연못’도 꼭 한번 가고 싶었습니다.
단풍관광의 막바지라 휴게소도 굉장히 복잡할 터인데 교통흐름과 기타 여건들을 잘 살펴 적합한 휴게소에 들러주셔서 불편함 없게 이용하게끔 도와주신 기사님과 박은화가이드님 덕분에 충분히 환상적인 하루 여행이 되었습니다..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다음엔 가이드님이 말씀해 주신 ‘만천하스카이워크’에 꼭 같이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