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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익숙한 장면속의 풍경 | 등록일 | 16.03.29 | 조회 | 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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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모임에서는 관광버스를 이용한 상춘, 단풍놀이를 했지만 소그룹으로 낯선 이들과 여럿이 모여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경험을 해본 이웃의 조언을 듣고 함께 떠난 것이었다. 꽃피는 봄날이라 하지만 이른 아침에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곳곳에 모여있는 상춘객이 많음에 놀랐다. 더러 8시 넘어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았지만, 7시 이전에 더 많이 붐비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봄이 무르익고 있음이 확실했다. 그렇게 시내를 벗어나는 동안에 여행의 묘미를 깨달은 듯 온몸으로 파고드는 흥분은 먼 길을 고요속에 보내야하는 고충에 지고 말았다. 보통이면 시내에서 처음 만나는 휴게소에서 아침밥을 먹거나 화장실 볼일을 보게 하는데 1시간 30분을 달려 문산 휴게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도록 했다. 나들이의 번잡함은 화장실 대기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밖으로 서 있는 여장화장실과 달리 내부에서 여러 갈래로 서 있는 남자화장실은 탁한 향내속 인고의 시간이었다. 너무나 익숙하고 단련된 고객들을 모시고 다녀본 여행자클럽의 주최자들은 20분이면 충분했다고 여겼다. 그러나 나는 처음이라는 경험과 가이드의 말을 음미하면서 먼저 일행과 함께 김밥 한 줄을 먹고 화장실을 갔다. 계산 착오였다. 전화가 온다. 혼자 오지 않았다는 말에 쟈크 한 번 내려보지 못하고 그대로 홍싸리 마을까지 끌려 갔던 것이다. 여행자들이 간혹 느꼇을 고충으로 창밖을 보면서 태연하게 하동땅에 들어섰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을 보면서 제일 먼저 김용택 시인을 떠올렸다. 아담한 키의 시인은 임실군 마리 분교에서 은퇴할 때까지 고향과 모교를 지키면서 어린 아이에게 꿈과 희망과 행복을 일깨워 주던 시인이었다. 섬진강 줄기에 핀 매화와 산영(山影)이 비치는 물줄기를 보면서 아름다운 감정을 시와 수필에 담았던 서정 시인이었다. 그것도 잠깐 혼잡한 교통속에 매실농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느 시골과 다름없는 마을과 뒷산을 배경으로 형성된 매실밭이었다. 매화축제 마지막날이라 유독 찾는 이가 많아 보였고, 다들 밝은 얼굴이었다. 세속을 떠나온 편안함과 지조와 절개의 꽃향을 맡으면서 하나같이 고고한 선비가 되어 있었다. 매화(梅花)의 절정은 지났다. 암향(暗香)조차 남들에게 빼앗기고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상술의 소리만 자욱했다. 딱 한 주만 빨리 왔더라면 얼마나 매향(梅香)에 취해서 돌아갔을까! 너무나 아쉬움이 컸다. 안민영의 <매화사> 시조비를 보면서 다시금 마음을 추스려 보는 걸로 벌나비조차 없는 홍싸리 매실농원을 숨가쁘게 돌았다. 옛날 선비들은 삼순구식(三旬九食)을 할망정 집뜰에 매화를 심어 고결한 절개를 키웠고, 세속적 욕망을 멀리하는 마음에 모란(富를 상징함)을 심지 않았다 했다. 한 개인이 심은 매실나무가 온 동네의 수입원이 되었지만 너무나 피곤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과연 돈(물질)이 편안한 행복을 이겨내는 자산이 될까하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는 농장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매화향을 일순간에 덮어버리는 소똥 냄새의 근원지인 우사(牛舍)속의 소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사람도 임신을 하면 안정과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해야할 텐데, 우리속의 소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소음속에 사는 날들이 얼마나 힘들까! 봄날 한 철이라지만 골목에 앉아 매실즙 몇병을 두고 까만 얼굴로 애처로이 올려다 보는 촌노(村老)의 눈빛이 큰 눈망울의 소를 닮아 있는 듯 하였다. 메뚜기도 한 철이라고 '벚굴' 하나에 만 원씩 한다는 말에 현지에서 먹는 맛조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막걸리 두 병과 꼬지 셋으로 난잡한 주자장가에서 펴이지 않는 마음을 달래며 첫번 째 일정을 소화했다. 1시간 가까이 달려 '여수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다. 해안가를 달리는 왕복 3.5km의 레일바이크는 최근 들어 지역마다 사라지는 철로를 이용한 관광요소 중 하나이다. 이것 역시 처음 타는 것이라 열 몇가지 여행 상품 중에서 내가 우겨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다. 네 명이 타는 것을 부부 둘이서 타는 혜택도 있었고 조금은 옛 것을 느끼는 즐거움도 있었다. 철길을 달리던 기차에서 내던 '철커덩철커덩' 소리가 정겹기만 했다. 둘이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사진도 찍고, 이순신 장군의 호령소리가 배인 남녘 바다를 보면서 트인 가슴으로 시원한 바람이 파고 들었다. 터널 속에 설치된 각종 조명이 운치를 더해 주었다. 그러나 길이가 너무 짧아 아쉬웠다. 좀더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이로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오동도를 향했다. 이번 여행의 옥의 티는 여기에서 발생되었다. 뒷편에 앉은 일군의 무리들이 지르는 소음 대화에 현기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비롯 2~30분의 짧은 이동거리라고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나머지 2/3의 얼굴을 성난 얼굴로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한 번쯤 가이드의 제재가 있기를 기대했지만 없었고 그렇게 여수 엑스포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침조차 부실했던 터라 가이드의 안내가 있은 '낙원식당'을 찾아 복잡함 속에서 자리를 잡고 특산 메뉴인 '게장 정식'을 주문했다. 나머지 밑반찬도 그런대로 맛깔스러웠고, 찌개도 보기보다 맛있었다. '무한리필'이라는 게장을 우리는 한 번밖에 하지 않았다. 리필은 무한(無限)이지만 인간의 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제 밤에 간장에 담궜다가 오늘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간장게장은 숙성되지 않아 제맛이 아니었고, 양념은 말 그대로 양념 맛이었다. 담백한 갈치속젓갈이 한 술의 밥을 넘기는데 더 제격이었다. 일행(6명)은 간단하게 소주 네 병을 나누어 먹고 낮빛이 어설픈 오동도 방파제 길을 걸었다. 4년전에 왔을 때 없었던 해상케이블카가 웅장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마도 길게 줄을 지어 있을 것만 같다. 20년 전에 돌산대교를 건널 때 느꼈던 감흥보다도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지르는 기분이란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함이리라 생각하면서 780여 미터의 방파제를 걸었다. 유람선을 비롯한 제법 많은 배들이 바닷길을 열고 있었고, 갈매기 또한 끼룩거렸다. '오동도'는 오동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지금은 동백나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 터널길을 지나면 등대가 있고, 주변에는 조릿대 터널 또한 운치를 자아낸다. 연인끼리라면 사진으로 담아두기에 딱인 곳이다. 중년의 우리들은 그져 옆에서 찍어주는 사진 속에서 남녀내외하는 배우가 되고 말았다. 용이 물을 마시러 나왔다는 용굴 앞에는 역시 사진 찍기에 바쁜 곳이였고, 클럽 가이드 중 한 사람이 우리를 폰속에 집어 넣어 주었다. 벌건 해는 중천에 있지만 차가 출발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떨어진 동백꽃으로 동막골 처녀총각이 되기도 하면서 바닷가로 내려 오니 동백열차가 들어온다. 일행 중 두 사람이 걷지 말고 타고 가자 한다. 그러면 여섯 명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마지막 승자가 결정을 하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여러 판의 가위바위보 중에서 4명이 떨어지고 마지막 두 명이 남았다. 어렸을 때 하던 손바닥 째기를 한다. 웃습다. 마지막으로 이긴 사람은 타고 가자고 외친 사람이었는데 이겼다고 환호를 하는 순간 "걷자"라고 외쳤다. 모두 환호를 지르면서 의아해 했다. 자리를 떠나면서 충무공이 활약했던 임진란 때의 거북선과 판옥선 두 대를 전시해 두었다. 그 사이에 "若無湖南是無國家(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라는 돌비석이 있었다. 조선을 지키기 위해 권력으로부터 사대국으로부터 그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조선만을 생각하면서, 바다를 알고 바다를 지키려고 했던 충무공의 애국심이 느껴지는 글을 보면서 마지막 여정으로 갈무리를 하였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분명하여 '여행자클럽'의 다양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 것이고,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할 것이라 믿으면서 첫 동행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첨부할 수밖에 없음을 밝혀 둡니다. 출발에서 중간 휴게소, 관광지로 가면서 단축된 시간이 발생하였음에도 그대로 진행하여 예정 일정대로라는 것을 지키는 융통성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누굴 위한 여행이었는가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3~40분 일찍 대구에 도착했는데 물론 도로 여건에 따른 것이지만 충분히 여행지에서 고객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매실농원에서도, 두 번의 휴게소에서도 너무나 빠듯한 시간을 주어 수박 겉핥기의 관광이었음이 아쉽습니다. 그리고 국내 여행이라 어느 정도는 관광지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좀더 자세한 연구로, 준비로 안내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여수만 해도 이런저런 곳이 있고, 오동도에 왔지만 엑스포 관람도, 해상케이블카도 있다는 정도의 안내도 보태어지면 좋겠고, 오동도에는 '용굴'만 소개하지 말고 생태계 전반과 '팔손이' 전설, 동백꽃에 얽힌 이야기 등등을 안내한다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이드의 언어순화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동질감을 주지만 여러 사람 앞에서는 표준어 사용이 기본이며 그런 언어 사용에 심혈을 기울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고객들 중에는 어린 아이도 있음을 감안하여 어법에 어긋나는 높임법이나, 비속어 사용은 수정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