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일암에서 바라본 바다에는 비가내렸다.
바다는 비를 받아들이고 운무도 받아들여서
수평선이 어디인지 끝은 어디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100원짜리 동전하나를 바위에 붙이려고 애쓰는
저 철없는 남편을 한번바라보고
나는 그 가없는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모든것을 받아주어서 바다라고 했다던가.
그래서 나는 모든 잡념을 바다에 밀어넣고 맑은 정신으로 오롯이 서 있다.
결국 빗물에 동전을 떨어뜨려 붙이기에 실패한 남편이 히죽이 웃고있다.
바보같은 행동이지만 오늘은 하나도 밉지 않다.
그래도 설연휴에 스트레스 받는다고 나를 여수까지 데려온 사람아닌가.
그것도 내가 어색해 할까봐 이웃부부까지 같이 가도록 유도해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저 천연덕스러운 모습하며.....
2월21일 토요일, 설연휴 끝에 출발한 여행은 출발부터 비가 내렸다.
우중의 여행이라 사진의 처음부터 우산이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노란 비닐우의가 카메라를 장식했다.
모두 우산을 들다보니 두집 부부 네명이 동시에 촬영한 사진은 없다. 모두 손에 우산을 들고 비바람에 저항하느라 힘겨워하니 촬영을 부탁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마음은 은근히 즐거웠다.
결혼27년차, 신혼여행도 경주밖에 못가본 우리는 비가 무슨 대수인가 할 정도로 즐거웠다.
'하필 비오는 날 태어난 하루살이도 있다'는데 우리는 얼마나 다행한 삶이랴
게다가 밝고 맑은 모습의 "짱 가이드"(장서미씨)는 비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처럼 밝았다.
돌아오는 차안, 빗길로 도로는 막히고 창밖은 흐린데
짱가이드의 목소리는 기억에 남을 말 들을 전해주었다.
"여행은 세가지를 발견한다지요. 타향에 대한 지식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자신에 대한 발견......"
참 좋은 말이다라고 생각하며 옆을 보니 이 남자 코를 골고 자고 있다. 오호통재라!
어쨋든 내 처지에 대한 명확한 발견이다.
아, 여행의 위대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