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을 계획했다.
중3, 초등학교 6학년 남매를 데리고 차두고 떠나보자고....
말만 그렇지 차두고 떠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걱정 가득한 나에게 큰딸아이는 시큰둥-_-
"엄마, 차두고 가면, 화장실 가고 싶을 때 먹고 싶은거 있을 때 어떻게 해요?"
입이 한발이나 나오고 여행에 대한 기대도 하지 않는 듯 했다.
신이 난 것은 우리 부부.^^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벼움과 차창 너머 풍경을 맘껏 감상하고 대학시절 다녀 보았던 버스여행의 추억에 젖어 보자고 두손을 꼬옥 쥐었다.
둘째인 아들 녀석도 우리맘을 아는지 준비물은 직접 챙겨 보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가족회의 거쳐 나온 장소가 바로 대관령 목장이랑, 이사부크루즈였던 것이다.
정회원으로 첫 예약을 하고 송금을 하고..설레이는 것도 잠시, 비가 온다는 소식에 그것도 강한 바람까지 동반한다는 소식에 주춤 하기도 했지만, 우리가족 첫 여행을 강하게 밀어 부쳤던 것이다.
이렇게 가는 여행이 무지였던지라, 아무 준비물 없이 아침은 대충 굶고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가다가 휴게소 있으면 사먹지 하는 맘으로 가방엔 달랑 김밥 두줄~~~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아이들도 멀뚱멀뚱 우리 부부도 멀뚱멀뚱!!!
그렇게 첫 도착지인 경포대까지는 줄 곧 잠만 잤다.
하지만,
이내 가이드님의 낭낭한 목소리에 잠을 깨고 바라본 강릉경포대는 낭만 그자체였다.
한 여름 바닷가와 한겨울 바닷가는 가보았지만, 비오는 바닷가는 처음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뒷전이고 우리 부부는 조오타~~소리를 연발하며 잠시 옛추억에 잠겼었다.
두번째로 찾게된 주문진항...
이사부크루즈에 오르기전, 다시마도 사고 명태포도 사고..
"이렇게 큰배는 처음 타!"하며 좋아하는 아들손을 잡고 승선을 했지만, 사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쿵짝쿵짝 소리에 나이트 클럽을 방불케하는 모습들..
어른들만 생각한다면 이 한순간 억수로 신날 수 있지만, 아이들을 대동한 입장에서는 다 좋을 수만은 없었다.
아마도 부모님들은 모시고 갔다면 환호성을 지르고 같이 어우러져 흥을 즐겼을 것이다.
그렇게 위층으로 오르고서는, 상술에 의한 매점 판매를 보면서 내가 가졌던 상상이 다시 조금 금이 가고 배에 있는 시간이 지루하다고 느꼈을 무렵, 아이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고 아빠랑 우산 놀이도 하면서 갑판 위를 다닐때는 작은 행복이 다시 찾아 왔었다.
'휴~유~'
배멀미가 시작할 때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가이드님이 소개해 주신 생선구이집으로 가서 진짜로 맛난 점심을 먹고 가리비젓갈도 한통사고 다시 대관령으로 찾아갔다.
아마도 우리 가족만 달랑 나왔었다면 하루만에 이 좋은 코스를 절대로 모두다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비가 와서 안개라 자욱하여 앞을 문간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소리내어 웃기도 하고 옥수수도 먹고 양구이도 먹고 정말로 아이들이 행복 해 했다.
건초주기 코스에서는 서로 많이 줄려고 아우성, 양털을 만져 보고는 집에서 보던 양털이랑 다르다며 환상이 깨어졌다고 하는 우리 딸...
이런 자잘한 웃음이 가슴을 벅차게 했다...
오늘 여행은 이렇게 저물어 갔다...
아침일찍 잠 깨워 미안해 하면서 데리고 갔던 첫여행지.
실망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우리가족 첫여행지.
그리고,
엄마 아빠 바빠서 많이 못데리고 다녀 미안해하며 짬 내어 갔던 여행지...
대구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으면서 각자 소감을 말해 보라는 아빠의 말씀에,
"아빠, 다음달에는 도훈이랑 찬주네 같이가요!"하면 소리지는 울 아들,
"아빠, 다음 여행지는 내가 보고 고를게요"하는 우리딸..
정말로 정말로 잘 다녀 온 것 같았다.
다음달에는 우리 딸이 고르는 좋은 여행지로
이번에는 조금 더 준비해서 떠나 볼 생각이다.
하여튼 우리가이드 김진영님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열심히 설명 해주시고 우리가족에게 좋은 추억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각자의 뺏지에 이름넣어 간단한 소감적어 유리항아리에 모셔(?) 두었습니다.
올해 안에 가득 채우자 했지만 어디 그것이 뜻대로 될까요^^
대구여행자클럽 모든 가족님~~~
다음달에 뵙겠습니다...꾸벅..
아~ 행복한 5월의 추억은 이렇게 아카시아 향기랑 비소리에 묻혀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