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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꽃길&물길 그리고 바닷길 | 등록일 | 06.03.22 | 조회 | 6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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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물길 그리고 바닷길
매화꽃 사이로 내려다보는 섬진강 풍경은 그 유유함이 한 폭의 그림으로 가슴에 찍히고, 바라보기만 하여도 강물의 평온함은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싸악 씻어내어 준다. 코끝을 스치는 진한 매화향기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어 본다. 꽃과 산과 강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조화 속을 유유히 봄볕을 즐기며 거닐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매화축제의 마지막 날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꽃길, 물길은 넉넉한 품으로 봄맞이 나온 모든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진종일 봄을 찾아다녀도 봄을 찾지 못하고 유유히 흐르는 푸른 섬진강은 부드러운 갈대밭을 마치 멋스럽게 스카프를 두른 듯이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하여 나의 시선을 줄곧 붙들었다. 시원한 섬진강 재첩국으로 점심을 먹고 우리 일행은 남해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는 옥빛 바닷길로 나섰다. 남해일원을 둘러보기 위해 남해대교를 지난다. 남해군은 남해도와 창선도 외에 크고 작은 섬 68개로 이루어진 섬무리이다. 그 가운데 남해도가 가장 크다.(제주-거제-진도-강화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섬) 4면이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바다로 둘러싸인 만큼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해안 경치가 빼어나고, 금강산을 닮았다 하여 소금강으로 불리는 금산이 우뚝 솟은 덕분에 관광명소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남해대교를 건너면서 왼쪽 마을이 노량리. 노량이란 이름은 이 앞바다에 파도가 심하게 치면 그 물결이 마치 이슬방울을 뭉쳐 만든 다리처럼 보인다는 데서 유래한단다. 노량 앞바다는 여수를 떠나 통영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수로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해상 교통의 요지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충무공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해전의 현장으로 더욱 뚜렷이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선조31년(1598) 11월 19일 노량해전에서 왜적의 유탄에 맞아 숨을 거둔 충무공의 시신은 노량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관음포에 모셔졌다가 며칠 뒤 노량부근 언덕으로 옮겨져 고향 아산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6개월 동안 매장되어 있었는데 노량나루 언덕에 자리잡은 충렬사는 충무공을 기리는 사당이다. 충렬사를 나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락사(李落祠)’ 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관음포 이충무공 전몰유허비를 둘러보고 유허비 뒤편의 바닷가 쪽에 있는 첨망대에 올라서 보니 충무공의 목숨이 이곳에서 떨어졌던 역사적 사건을 비장하게 느껴졌다. 이곳을 이락사로 부르는 것을 남해사람들이 이곳의 본래 지명인 관음포로 부르지 않고 굳이 이락포로 바꾸어 부르는 이유를 비장함과 함께 그 심정을 알 것만 같았다. 충무공과 관련한 곳을 돌아보는 시간은 하필 WBC 야구 준결승 게임이 열리고 있는 시간이었다. 스포츠가 옛날의 전쟁과 모양만 달리 했을 뿐이질 않던가. 우리는 여행길 위에서 흔들리고 끊기는 화면에도 야구중계를 볼 수 있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하나된 마음으로 야구 응원에 열을 올린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마음은 7회에 대량 실점을 주면서 비록 무너졌지만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를 돌면서 나라의 소중함과 그 분의 충정에 깊은 감사를 드렸다. 삼천포대교를 지난 버스는 여행을 마무리하며 남해를 뒤로 하고 북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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