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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친구와 단 둘이 걸은 지리산 둘레길~~ 등록일 11.04.25 조회 609
여행 전날 전국에 내린 비로 ‘과연 토요일 여행은 갈 수 있을까?“싶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리산 부근 80mm의 비가 온다는 소식에 금요일 몇 번이나 기상청 날씨 정보를 검색했는지 모르겠다. 소풍 전 날 비가 오면 공부시간 내내 과연 내일 소풍을 갈수나 있을까 걱정하던 어릴 적의 걱정스런 마음을 다시 실감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나의 걱정이 안쓰러웠던지 하늘은 언제 비를 내렸었나 싶게 맑고 청명하다.

중학교 때부터 알아오던 친구지만 각자 따로 여행을 했을 뿐 둘이서 떠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둘 다 워낙 걷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여기저기 유명 여행지를 다녀오는 것 보다는 지리산 둘레길을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지리산이 참 가깝다는 것에 둘 다 놀라며 첫 걸음을 내딛었다.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1박 2일에서 김종민이 걸었다던 5시간 정도 걸리는 주천-운봉구간이다. 제법 차가움이 남아있는 바람과 어제의 비로 인해 한층 더 폭신해진 듯한 땅, 파릇파릇 여기저기 돋은 쑥과 민들레, 생명을 길러낼 물을 머금은 논 등 하나같이 다 우리들이 걷는 내내 감탄을 연발케 했던 풍경들이다.

시골에서 산다면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훨씬 좋겠지만 둘다 차도녀^^이기에 기껏해야 두류공원에 벚꽃이 핀다하면 두류공원에 우~~ 달려가서 “벚꽃 보니. 진짜 봄이네~”정도의 계절감 밖에 소유하지 못했는데 여기선  벚꽃 사진 찍기에 여념없는 상춘객들의 엄청난 인파가 없어도 밟는 땅 모든 풍경 하나하나가 봄~~ 봄~~을 실감케 한다.

걷는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진정 작용을 하는 것 같다. 평소 출퇴근을 걸어서 하고 있는데 아침 하루의 시작을 차분하게 해 주는 나의 하루 시작법이다. 평소 출퇴근 길 풍경은 4차선 도로에 저마다 일터로 향하는 이들의 자동차행렬,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수신호를 하고 있는 교통경찰이 주류를 이룬다. 평소의 걷는 풍경과 달리 오늘의 걷기 풍경은 너무나 초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했고 그래서인지 오감만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보이는 것이 다른 시각의 편안함. 둘째, 칼칼한 매연 냄새가 아닌 흙냄새, 목장 냄새, 산 냄새의 후각적 싱그러움, 셋째, 콸콸 흐르는 물소리, 산속 새들의 지저귐으로 소음에서 벗어난 청각의 해방감. 넷째, 친구와 준비한 간식을 먹는 미각적 즐거움, 다섯째, 발바닥에 전해지는 폭신폭신 땅, 그리고 그 땅을 힘차게 내딛고 있는 내 육체의 단단함을 체감하는 정말이지 딱 오감 만족이 되는 여행인 것 같다. 거기에 더하여 친구와 5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했는지 친구와도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우리 다음엔 3코스도 오자를 몇 번이나 이야기 했는지 모른다.

쉼터에 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옥수수를 판매하는 할머니의 둘레길 예찬도 듣고 서울에서 아버지와 함께 두 손 꼭 잡고 아장아장 둘레길을 걷는 4살 꼬마와도 눈 맞춰 인사하며,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인사를 건네며 한층 더 넓어진 마음으로 한 발짝 한 발짝을 내딛는 우리 둘을 발견했다. 나름 여행 매니아인 내 친구는 “여행을 가면 사람이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자신의 여행 철학을 이야기한다. 언젠가 제주도 올레길을 걸을 때 너무 힘들어 그냥 포기하려 했을 때 지나가던 중년의 아저씨가 자신의 배낭을 짊어지더니 “조금만 더 가면 다 왔어요. 힘 내요.”라고 말한 덕분에 그 날 여행을 목적지까지 갔다는 내 친구는 그 이후 자기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말 한마디라도 힘 내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우리의 둘레길 여행이 비록 5시간의 코스였지만 그 5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우리는 앞으로 우리의 남은 생에 남을 멋진 추억을 하나 만들었고 이 날 느끼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분명 앞으로 우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칠거라 믿는다.

적은 수의 여행객에 3명이나 가이드로 나서주신 대구여행자클럽 매니저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운봉에서 주천으로 여행코스를 변경한 것도 구룡치의 어려움을 초반부터 느끼는 것보다 시원한 풍경을 실컷 구경한 후 마지막에 살짝 힘들 정도의 코스가 되어 오히려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사진도 친절하게 찍어주시고 이것저것 많이 챙겨 주신 덕분에 여행이 더 편안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 다음에도 꼭 대구여행자클럽으로 올레 3코스를 친구와 두 손 꼭 잡고 와야겠다.^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