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흥정계곡, 허브나라]
밤새 잠을 뒤척였다...
뭉게구름같은, 혹은 솜털같은....
그 양떼들이 뛰노는 곳을 찾아간다고 생각하니,
어린 마음처럼 설레였다...^^
강원도 평창...
이계절에 그곳엔 얼마나 시원한 바람이 불어줄런지..
그곳은 아직도 얼마나 초록의 축제일런지...
그 기분, 그 상상...
그것만으로도 잠을 뒤척이기에는 충분한 밤이다...^^
새벽, 단촐한 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여행자의 차림..
그것보다 가벼운 것이 또 있을까...
세상의 모든 근심에서, 혹은 시름에서
모든것을 훌훌 털고,
이때만큼은 방랑자의 자유로움을 맛볼수 있는
유일하고도 귀한 시간인듯하다...
먼길인터라 안동 휴게소와 횡성 휴게소를 들러
잠시 쉬어가는길...
쉬임을 우히ㅐ 바람이 그 자리를 내어주고
푸른 하늘이 위로를 건넨다..
횡성 휴게소를 지나면서 오른쪽으로
우리나라 최초 자립 학교인 민족 사관학교를 지난다...
자립이라.....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갈수록
단어의 의미가 재조명되는 세월을 지나는것 같다...
자립이라....
참...무거운 단어임듯한 착각...
그 모든것을 여행에서 내려놓으리라 다짐해본다...
드디어 도착한 봉평, 흥정계곡의 허브나라...
휘닉스 스키장의 슬로프가 뻗어내린 산을 지나..
숲처럼 많은 스키렌탈샵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흥정 계곡...
차가 한대 겨우 지나갈수 있을만큼의 작은 도로
그 오른쪽 옆으로는 곰취 나물의 노란 꽃이 가득 피어있는
연구소가 보이고,
왼쪽으로는 물밑까지 훤히 비치어 시야를 사로잡는 계곡물이 흐른다...
수해를 입어 허브나라 입구가 많이 훼손되었다손 치더라도
그 아름다움의 무게는 여전해 보인다...
입장료 성인 3,000원...
길 떠난 여행자가 대구사람인 관계로
대구의 허브힐즈와 비교를 해본다면
대구의 허브힐즈는 허브가 주테마라고 하기보단
각종 체험관과 물개 쇼 관람등이 어우러진
종합적인 느낌이라면
이곳 봉평 허브나라는 정말 허브가 주 테마인것 같다...
나비와 벌의 정원..
세익스피어의 정원...
각종 정원들에는 너른 공간사이로 눈이 내린듯
흰독말이 가득피어 찾아온 손을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맘에 드는 것은
역시나 세익스피어의 정원...
세익스피어 그 자신이 극작가가 되지 않았더라면
정원사가 되었을꺼라고 말할정도로
그는 정원 가꾸기에 조예가 깊다...
그의 작품 어디에서나 정원은 등장하여
그곳은 사랑이 꽃피기도 하고
증오로 불타오르기도 하고
파티가 열리기도 하여
세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정원에는
모든 삶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정원 하나를 내어주어
먼먼 후세의 인류와 대면의 자리를 마련하였으니
이어찌 즐거웁지 아니할쏘냐...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정원이 되는
그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음이겠다...
개인적으로 또 맘에 든곳은
샤샤의 정원...
정원 가꾸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샤샤의 정원가꾸기 책을 한번쯤은 아니읽었을리가 없으리라...
그녀의 책속에 고스란히 묻어있는 정원사랑이
이곳 봉평에서도 어김없이 펼쳐지는듯하다...
천천히 감상하고, 작은 허브 샵을 돌아나오면
아름다운 자작나무 식당가와
아기자기한 허브샵들을 만날수 있다...
허브샵 위로 올라가면
터키관이라고 하여
터키의 수제 작품들 또한 감상하면 좋을듯하다...
대구를 떠나온 감흥에 취해,
허브의 향기에 취해,
허브나라를 떠나올때에 내몸에 가득 베인 향기향기들...
잠시간의 휴식이라고 하기에
참 달콤한 시간들,
봉평 허브나라였다....^^
[#2. 이효석 마을]
두번째로 찾은 곳은 허브나라에서 멀지 않은
이효석 문학 공원...
이효석 문화제가 끝이 난지 얼마되지 않은터라,
아직도 그곳은 지기 아쉬워하는 메밀이 살짝 피어
길손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봉평에 들렀다면 누군들 이곳을 한번쯤 거쳐가지 않았으랴...
이효석 문화제가 열렸던 가산공원을 천천히 둘러보며
운치 있는 섶다리를 건너 이효석 마을로 들어서면
소금을 뿌려놓은듯 숨막히는 메일꽃은 아닐지라도
아직은 지기를 아쉬워하는 귀한 메밀꽃이 피어 있다...
섶다리를 지나왔어도 운치 있었겠고
혹은 석교를 지나도 나름 의미가 있었으리라...
이 석교를 지나면서 섶다리를 내려다보면
그곳의 평창의 염원이 냇가를 수놓고 있다...
바로 2018이라고 쓰여진 징검다리가 그것이다...
굴하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리라...
또다시 동계 올림픽 유치 염원을 말하는 그들을 보며
내게 필요한 것이 저것이 아니런가....
싶어져서 스스로에게 의욕의 기운을 불어넣어본다...
섶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물레방앗간 앞에는
충주댁과 허생원이 살아있는 생시인듯
당나귀와 함께 미소로 손을 맞는다...
물레방앗간 옆에서 디딜방아도 찧어보고
메밀꽃밭 사이를 거닐며 추억의 사진도 남기고...
이제쯤 되니 배가 슬슬 고파..
식당가를 찾아 들어섰다....
메밀밭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메뉴가 메밀 일색이다...
낯선 타인과 마주하여 두런두런 통성명을 하며
묵사발을 한그릇 사이좋게 나눠먹고
막국수를 시켜서 먹으니
캬~~~~그 맛이 가히 일품이라...^^
이런 맛이 여행의 진미런가 싶다...
다들 식사를 시키고 두런두런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틈을 타
이효석 문학관에 올랐다...
그래도 예까지 왔는데 이곳을 안오른대서야 말이되겠는가싶어서
이효석 문학관으로 가는 지름길을 타고 오르니
10분거리면 족하다...
이효석 문학관은 첫외관의 느낌이 깔끔하다...
연인이라면 주변을 산책하여도 좋겠고,
부부라면 벤치에 앉아 쉬어도 좋겠다...
이효석 문학관 위쪽에 보면 이효석 묘터를 마련해놓았는데
실제 이곳에 그의 시신이 묻힌건 아니라고 한다...
고속도로 포장공사시 그의 묘터를 어쩔수 없이 이장하였는데..
그의 딸이 아비의 무덤을 굳이 이곳에 묻지 않으려해서
약간의 말들이 있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에 사는 그의 아들이 아비의 묘터를 이곳에 마련하고
이장을 하려고 노력중이라는데
그것은 두고 볼일이다...
얽힌 이야기와 함께하면
여행의 재미는 이처럼 두배가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느끼나니...
이효석 문학관을 둘러봤다면 다음은 이효석 생가터를 찾아볼터..
이효석 생가터는 지금은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되어 있어서
여행객들을 마다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용해달라는 작은 메모가 붙어있다..
13세까지 살다가 이사를 가서
지금은 다른이가 살고 있나보다....
봉평군에서 마련한 생가터가 따로 있다고는 하나..
여행객들은 이곳을 더 많이 찾는듯하다...^^
생가터보다는 그 생가터 바로 옆에 있는
메밀꽃 필무렵이라는 주막이 좀더 운치가 있는듯하다...^^
[#3. 대관령 양떼마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대관령 양떼마을...
대관령 양떼마을이라고 하면
삼양 목장과 대관령 목장이 있다...
삼양 목장은 600만평으로
각종 영화 촬영지로도 이용이 되었다...
600만평....이라...
말이 600만평이지,
실제 남한 면적의 오천분의 일크기라고 하니
그 크기가 가히 놀랍다...
고창의 끝없어보이던 청보리밭도 30만평정도였는데
그럼 도대체 양떼들이 뛰어노는
그 푸른 잔디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싶어진다...
삼양 목장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찾아든 곳은
대관령 양떼 목장...
삼양 목장에 비해서는 아담하기 그지없지만,
작은 알프스라는 명성에 맞게,
강원도의 푸른 초록의 숲을 드리우고 있었다...
천천히 산책로를 돌아 정상에 올라서면
화성으로 간 사나이의 촬영지가 조그마하게 자리를 잡고 있고
양들은 한가로웠고,
구름은 아름다웠고,
초록은 눈부셨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양들과
그 양들을 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바라보며 또 웃음짓는 사람들...
그들 모두가 어우러져 그림같은 한때의 광경이 펼쳐졌다...
양떼 목장에서 마련한 그네에 앉아
잠깐의 추억을 스틸사진 한장으로 남기고
양떼들에게 건초 주기 체험을 하고 목장을 나왔다...
멀리서 풍력 발전기의 풍차가 돌아가는 풍경속에 젖어
여행을 마무리 지으니
이곳의 여행의 감흥을 오래도록 기억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