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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11월 14일 순천만갈대밭 여행후기♪ 등록일 09.11.18 조회 891

처음이란 것.
언제나 그렇듯이 처음, 첫 경험은 설레임과 기대감 그리고 얼마간의 두려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정말 그랬다. 11월 14일의 순천만 여행은 내게 있어선 어떠한 목적도 없이 단지 가을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그 해묵은 갈망하나로 떠나 본 48년만의 첫 여행이어서 잔잔한 설렘과 은근히 부풀어오르는 기대감을 여행 예약이후 줄곧 갖게 만들었다.
어떤 언니의 소개로 찾은 ‘대구여행자 클럽’.
“여행코스는 보성 녹차밭, 낙안읍성, 순천만갈대밭 그리고 에덴의 동쪽 촬영지입니다.”라는 안내원의 말을 송수화기를 통해 들은 이후로 그 네 곳의 이름이 가슴골 사이로 조그만 메아리가 되어 졸곧 떠다니고 있었다.

언제였던가. 길을 떠나기 위해 새벽녘, 골목길을 벗어났던 적이. 밤새 잠을 설친 일도, 채 잠이 덜 깬 딸아이와  희뿌윰한 새벽길을 가르며 찬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도 모두가 일상밖의 즐거움이었고 작은 행복이었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면서 난 내가 가졌던 그동안의 관광버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모두 버릴 수밖에 없었다.
버스안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고 깨끗하고 질서가 있었고 구수한 연변말투의 기사아저씨는 친절하면서도, 탑승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섬세하심이 살갗으로 느껴져왔다. 그리고 일에 대해선 그리 능숙해 보이진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던 안내원 아가씨. 외려 그래서 더 진심이 엿보였고 진심임이 느껴지게 만들었다.

대한다업주식회사란 팻말이 보이는가 싶더니 드디어, 드디어 도착했던 첫 도착지.
바로 보성녹차밭.
그 키가 가늠이 되어보이지 않는 삼나무숲을 지나니
카렌다나 인터넷사진을 통해서만 보던 그 광경이 눈앞에 실제로 활짝 펼쳐져있었다.
온 사방이 전혀 새로운 세상이었다. 계단식의 질서정연한 키 낮은 녹차나무의 배열은 장엄한듯하면서도 정다웠고 엄격한듯하면서도 친근했다. 가을빛으로 농익은 11월의 하늘 아래로 가지런히, 광활하게 누워있는 녹차밭을 바라보노라니 그 땅을 일구워낸 사람들의 노고와 땅방울이 은은하게 콧속으로 스며오는 녹차향기와 함께 조심스레 전해져 오는 듯 하였다.

녹차 아이스크림의 쌉쓰름한 향내가 온 몸 가득 여운처럼 남아있는 가운데 장소를 옮겨 간 곳은 그 이름의 묘한 뉘앙스 때문에 며칠간 입안을 굴러다니던 낙안읍성.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열려지는 고색창연한 초가지붕의 도열과 장터 상인들의 모습이 그저 정겨웠다.
들판에 성곽을 두른 평지성마을에 아직도 80여 가구가 실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 곳은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이상하게 낯설지가 않은 곳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떠나있던 고향을 찾은듯한 편안함같은 것이
나부끼는 은행잎 사이로 그네를 타면서도, 민속음식점에서 따뜻한 점심상을 대하면서도, 성곽주변을 걸으면서도 마음을 느긋하고 즐겁게 만드는 그런 곳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간 곳은 순천만 갈대밭.
나는 차라리 이 곳에 대하여는 입을 다물고 싶다. 그 곳의 풍광은 그만큼 장엄하고 광대하고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가느다란 탄성으로 쉬이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창공을 가르며 날던 물새와 갯벌위로 솟아오른 갈대의 바다. 조금은 드세게 불어대는 바람결에 출렁이는 갈대의 군무는 거대한 물결의 출렁거림, 그것이었다.
천지를 뒤덮은듯한 갈대밭과 그 사이로 가을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유유히 흐르던 강줄기, 그리고 오랜 연륜이 구석구석 배어있어 뵈던 몇 척의 배까지... 난, 그 곳을 바라다보며 즐거운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그 곳에서 만난 그 영상들은 오랜 시간 눈동자속에, 가슴속에 조그맣고도 아름다운 필름으로 내안에  살아있을거라는.     
 
갈대밭에서의 잔영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드라마 촬영장.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내게 있어서의 그 곳은 잠들어 있던 향수를 세포 마디마다 불러 일으키는 곳이었다.
마치 빛바랜 사진첩을 하나, 둘 들여다보는 듯한 그 곳에서, 그래도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며 딸아이와 연신 사진을 찍어댔는데. 사진기의 사진보다는 그 곳의 장면마다가 가슴사이로선명하게 찍혀져 남아있다.

마지막 도착 시점까지 기사님과 안내원아가씨의 세심한 배려속에서 하루해가 너무 짧다는 아쉬움 외에는 별반 부족함이 없었던 나의 행복했던 첫 주말여행은 그렇게 막을 내렸고... 그렇게 여행을 다녀온지 오늘로서 5일째. 아직 며칠 지나진 않았지만 간혹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마주할 때면 ‘대구여행자클럽’과의 소중한 인연이 그 날의 즐거웠던 기억과 함께 되살아나곤 한다. 그리고 마음 한켠으로 소망하나쯤 품어보는 것이다. 일상을 훌훌털고 그 날의 여행만큼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여행길을 어느 날 문득 다시 나서게 될 것을.
(수고하신 기사님, 그리고 안내원님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