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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기

제목 비에 젖은 선유도(仙遊島) 등록일 09.09.02 조회 481


비에 젖은 선유도(仙遊島)

오늘도 흐린 날이다. 군산항에서 배가 떠난다. 신선들이 놀았다는 선유도로 떠난다. 일망무제의 잿빛 수면 위로 배는 미끄러져 가고 있다. 

배가 비에 젖은 부두로 들어가고 있다. 합승을 해서 순회관광에 올랐다. 비는 오고 손님도 적어 예상보다 할인폭이 컸다. 망주봉은 어느 선비가 임금을 그리다가 돌이 되었단다. 망주봉 가는 길의 명사십리해수욕장. 머지 않은 바다에 조그만 바윗섬이 있고 일년에 몇 번 바다길이 열린다고 한다. 「모세의 기적」은 흔하다.

망주봉 밑 오룡묘 앞을 지난다. 여기엔 왕비가 될 팔자의 어떤 벙어리 소녀의 이루지 못한 결혼 이야기가 있다. 새 부두 매립지에 갔다. 몇 해 뒤가 되면 육지로 편입된다고 한다. 그 때 되면 넘치는 관광객을 어떻게 소화할까.
한바퀴 돌아서 해수욕장 끝자락에서 본 장자도와 선녀봉은 볼만했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실감난다. 선녀봉은 아기 밴 여인의 누운 형상이라고 안내는 열을 올린다. 누구 아이일까.

비가 그쳤다. 식당에 앉아 망주봉을 바라보며 우수에 젖어 꽃게탕과 소주 한 병을 시켰다. 환영하지 않는 신선이 미워서, 돌이 된 선비가 불쌍해서, 왕후가 되지 못한 벙어리 처녀가 불쌍해서 술 한잔했다.

술 한 병 시켜 놓고 가슴 앓는 내가 불쌍해 하늘이 울기 시작한다. 마음 약한 나도 쓴 술잔을 눈물로 칵테일 해서 삼켰다. 서로가 천하의 아픔을 나눈다.

비가 그쳤다. 다시 길을 나섰다. 선유도가 어찌 한번의 구경으로 직성이 풀리랴. 오늘 싫도록 보리라. 걸어서 장자도 다리를 건넜다. 깜빡이는 고기잡이배의 불빛은 이곳의 멋진 경관으로 꼽는다.

한바퀴 돌아도 그리 멀지 않는 길이다. 해풍에 시달린 흑송이 부러진 가지의 고통을 참으며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리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 산자락의 흐느낌이 파도소리에 섞여 들려온다.

언덕에 안내판이 보이기에 오른 곳. 이곳 섬지방의 장례풍습인 초분(草墳)을 소개하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산기슭 바다가 보이는 곳에 풀로 덮어둔다. 살점이 썩고 나면 뼈를 씻어 다시 장사지낸단다. 도대체 죽으면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무녀도로 갔다. 다리를 놓아 먼길은 아니었다. 무녀가 굿할 때 춤추는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 세 개의 섬을 돌았다. 예정된 시간에 배는 떠났다. 뱃고동 소리도 없고 우릴 향해 손수건 흔드는 자도 없다. 이별의 슬픔이 없는 부두. 갑자기 슬퍼진다. 정감 어린 이별이 그립다.


                이    동    진    < 2009.  8.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