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이른 아침에 선운사 꽃무릇보러 가는길...!
5시 넘어서 막내를 깨워 집을 나서는데 길에 차들이 심심찮게 다닌다.
평소에 막내의 기상시각에 비해 6시 전후의 시간대는 새벽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막내는 자기가 한참 잠을 잘 시각에도 세상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꽤나 신기해 한다. ^^
저번 보다는 함께하는 일행들의 연령대가 훨씬 폭이 넓어 보이는데 가족단위의 일행들이 많은 모습에 참 좋다.
6;30출발한 선운사행 버스 3대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대전남단을 스치더니 호남고속도로를 내쳐 달려 고창 정읍ic로 나와 미당 서정주, 명창 신재의 고향 고창에 접어든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시선이 편안하다.
왜그런가 생각해보니 사방을 둘러봐도 날카로운 산세는 간곳없고 산인지, 구릉인지 애매한 야산과 드넓은 들판이 이채롭다.
이래서 전라도가 인심이 순후하고 음식맛이 좋다 하는가...?
선운사를 스쳐 지나며 평지나 다름없이 완만한 흙길을 한참이나 오르는데 길 양옆으로 핀 꽃무릇무리들이 끝없이 도열해서 나를 반기며 '당신을 기다렸어요', '당신을 그리워했어요' 라는듯, 상사화라는, 다른 꽃이름처럼 나그네를 반긴다.
일본 귀화식물이라는 꽃무릇은 생김이 참 특이한것이, 잎사귀하나없이 밋밋하게 솟은 대궁위에 마치 폭죽에서 불꽃이 퍼지는 모양의 꽃이 피어있다.
"길끝에는 암자가 있다."
라는 책이름처럼 평탄한 흙길이 끝날즈음 오르막 위에 고즈녁한 모습으로 자리한 도솔암.
무슨 큰스님이란 분을 모셔다가 영가천도를 위한 법회를 한다고 야단법석野壇法席을 차리고는 법문이 한참이다.
다리도 쉴겸, 법문을 듣는데 '육두문자'를 적당히 섞어가며 좌중의 웃음을 유도하는 법문이 구수하니 들을만하다.
되돌아 내려온 길에 들른 선운사.
누가 그 전에부터 선운사의 선홍색 동백을 노래해서 선운사 동백을 그리워햇던 나그네에게 동백은 짙푸른 잎사귀만 부끄러운듯 내보인체 선홍빛 꽃잎은 내내 보여주질 않는다.
닭대신 꿩이런가...
팔상전, 대웅보전 뜨락에는 아쉬움을 남기며 마지막 핓빛설움을 울먹이는 백일홍이 나그네의 눈길을 붙잡고 놓치를 않는다.
20여만평의 광활한 구릉을 개간해서 메밀과 청보리를 2모작한다는 학원농장...!
정통성없는 5공정부 초기에 호남 민심 아우르기 차원으로 호남 인재에게 재상자리를 배려했다는데...
그 재상을 지낸 진의종씨가 그전부터 가꾸어왔고, 대를 이어 초로의 자제분이 촉망받던 대기업 임원직을 던지고 경영한다는 농장이 바로 학원농장鶴園農場이란다.
말이 20여만평이지, 과연 '달빛아래 소금을 뿌려놓은듯 하다'고 메밀밭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효석의 관찰력에 혀를 내두를만큼 장관이다.
하지만 농장은 이미, 농장 고유기능보다는 관광지化하여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기념품팔기에 애쓴다.
농장 직영식당 '보리움'에서 파는 보리, 메밀을 주원료로한 음식들이 점심먹은지 얼마안되어 맛보지는 못했지만, '호남의 음식은 맛도 좋고 값도 싸다' 는 속설을 비웃는 양, 가격표가 제법 만만찮다.
하긴, 우리들은 어느새 어느 분야에서든 '부가가치 극대화'의 기치를 드높히는 세월에 살고 있으니 이를 나무랄일만은 아니다.
청보리가 드넓은 농장을 뒤덮을 즈음에 다시 오고싶어진다.
무엇보다 동행한 막내의 말이 의미있다.
"아빠 오늘은 일기 쓸게 너무 많아서 좋아..."
라는... (^___^)